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분명히 2층에 올라올 때는 뭔가를 하기 위해 올라 왔는데…막상 와보니 왜 왔는지 생각이 안납니다.’  ‘내가 뭔가를 꼭 사야해서 가게에 왔는데 그게 뭐었을까요?’ ‘분명히 책은 읽고 있는데 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집중도 안되고 생각도 안되고 짜증만 나고, 나 혼자 구름 속에 있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작업의 능률이 저하되어 굉장히 속상하고 우울 불안마저 함께 오면 말할 수 없이 혼자 괴롭습니다.’ 의원에 있다보면 참 자주 듣는 말인데 설마 조기 치매 전조 증상이 아닌가 하여 불안해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영어로는 이 증상을 Brain fog 라고 하는데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리가 맑지 못해서 자신이 가진 인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기분도 좋지 않습니다. 죽을 병은 아니니 심각하게 인지되고 있지 않으며 별로 대처 방안도 없이 괜찮아지기만을 막연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성적으로 브레인 포그 증상을 겪는 분들은 원래 그런갑다 받아들이고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뇌가 보내는 SOS 신호  

두뇌 내부에는 통증 신경이 없기 때문에 뇌 실질에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두뇌가 아픈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두통은 두개골 바깥쪽 원인에서 연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 뇌 속에 암이 자라고 있더라도 먼저 시야 등에 문제가 생기지 암이나 혹이 너무 커져서 주위 조직을 압박하여 내압이 상승하기 전까지는 별 통증이 없습니다. 두뇌에 문제가 오면 중앙 관제 센터에서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SOS신호를 보내는데 이를 무시하지 말고 적시에 관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특히 뇌가 보내는 신호 ‘불안’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우울증을 겪으면 전반적인 뇌 기능이 저하되면서 절망감이 들며 두뇌의 일부 특정 부위만 끊임없이 활성화되어 하이퍼 센시티브해지는 특성이 나타납니다. 기분 장애로 기분이 매우 좋지 않고 감정 조절이 잘 안되고 업 다운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기억력 감퇴나 집중력 부족, 인지 능력 저하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되며 때늦지 않게 두뇌 건강을 챙겨야 합니다. 현재 FDA 가 인증한 어느 제약, 어느 정신과 약도 표면 증상 억제제이지, 근본적으로 두뇌를 좋아지게 하는 약이 없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생활 관리가 근본적인 치료라는 점 강조하고 싶습니다! 

두뇌 피로를 해결하자!

브레인 포그 현상을 세포 수준에서 보면 두뇌 세포 피로와 염증 상태로 확인됩니다. 매일 무리하고 있나요? 적체된 일을  해결해 나가는 삶을 살고 있는지요? 조금이라도 잠을 더 잘 수 있는 주말만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나요? 잠을 잘 들지 못하고 수면의 질이 불량한가요? 또다시 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이 버거운가요? 잠시도 걱정과 근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 놓지 못하는가요? 현대인은 육체적 피로도 문제이지만 만성적인 두뇌 피로가 큰 문제입니다. 본인만의 적당한 해소 방안을 가지고 두뇌를 신선하고 청량하게 유지하고 계신 분들은 다행이지만 본인의 두뇌 상태에 계속 몰입되어 더욱 피폐해지고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로를 풀기 보다는 더욱 무리해서 일하고 오히려 더욱 가속 페달을 밟는 경우가 많은데 근면함과 쓰러질 때까지 일하는 억척스러움이 미덕으로 간주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생각을 멈추고 ‘멍 때리기’의 중요한 효용이 밝혀졌는데 두뇌의 전체적인 신경 연결을 강화하고 집행 능력(executive function)이 좋아지며 숨어있던 자신의 창의력도 되찾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도 두뇌를 혹사하시고 계시는 분들은 자신의 피로도를 잘 파악하시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드시길 바라며 무념 무상, 염담 허무(恬憺虛無), 멍 때리기를 짧게라도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두뇌를 갉아 먹는 염증

두뇌는 뭔가 신체의 여타부위와는 다른 고차원적이고 미지의 세계라서 상담이나 정신 분석같은 형이상학적인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두뇌도 혈액 순환의 지배를 받는 엄연한 장기입니다. 사실 어떤 부위보다도 가장 혈액 순환과 신진 대사가 왕성해서 고작 인체의 2% 무게에 달하는 장기가 20%의 혈액을 소모하고 있으며 생화학 작용과 전기 활동이 왕성한 장기입니다. 따라서 영양 상태나 탈수 상태, 염증도, 독성 상태에 직접적으로 다른 장기보다 더욱 큰 영향을 받습니다. 흔히 음식 알러지는 피부나 장에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두뇌에 더욱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두뇌 자극 유해제로서 유제품, MSG, 술, 인공 감미료를 꼽을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비타민, 미네랄 부족도 두뇌 기능을 저해하는데 채식인이나 붉은 고기를 피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한 비타민 B12 부족은 악성 빈혈을 유발하고 기분 조절 장애, 인지 능력 장애 및 자살 충동까지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혈당 상태를 유발하는 음식물은 즉각적으로 브레인 포그를 유발합니다. 흔히들 밥 먹고 정신이 없다, 나른하다, 식곤증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두뇌에 실로 파괴적이고 누적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