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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오의 미덕

요즘 한국에서 백수오 그리고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소동으로 굉장히 시끄러운데 오늘은 말 나온 김에 진짜 원조, 하수오(何首烏, Polygonum Multiflorum)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옛날 중국에 60살 가까이 나이를 먹도록 결혼을 하지 못한 하씨 성을 가진 노총각이 있었는데 하수오 뿌리를 먹고 회춘해서 머리가 검어지고 젊은 여자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으며 130살까지 잘 살았다는 훈훈한 전설이 담긴 약재입니다. 하(河)씨 머리(首)는 까마귀(烏)처럼 검다고 해서 하수오라 하는 것입니다.  원래 후베이, 광시, 광동, 쓰촨 지방이 원산지로서 한국에서는 나지 않으므로 하수오를 써야 할 처방이 있으면 박주가리과의 은조롱(Cynanchum Wilfordii)을 백수오로 부르며 하수오 대체품으로 사용하였는데 사실 원조 하수오와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계통이 다르고 약효도 다릅니다. 특히 이번에 이 대체제 백수오를 다시 저가의 이엽우피소(Cynanchum auriculatum)로 바꿔치기하여 백수오 제품으로 유통시킨 사건은 우리나라의 허술한 약재 유통, 무질서한 건강 기능 식품 시장, 느슨한 식약청의 관리 감독, 국민 건강을 미끼로 이윤을 취하기 위해 윤리를 저버린 제조사 등, 총체적 난국이 다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한의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에서 한약 연구에 종사하였으며 매일 한약을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러모로 가슴이 답답합니다. 식약청에서는 이엽우피소가 그리 독성이 강하지는 않다고 보도하며 애써 여론을 진정시키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분이 대단합니다.  

원조, 오리지날 하수오는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약재 top 10 에 들며 현시대 요구에 부합하는 약재라고 생각합니다. 갱년기 장애나 중년 분들의 피로 회복 처방에 자주 사용하고 개인적으로도 노화 방지를 위해 자주 복용합니다. 미국 국립 보건원에서 운영하는 의약학계 데이터베이스인 PubMed 에 하수오를 학명으로 키워드로 넣어보니 오늘 현재 200여 종의 논문이 검색되는데 대표적으로 안티 에이징(anti-aging) 효과, 즉 회춘 효과가 가장 빈번하게 눈에 띕니다. 한국에서는 요즘 한약이 찬밥 신세가 되어 외면 받고 있다는데 연구소에서 수년간 한약의 과학적, 실험적 분석에 몸을 담았던 필자로서는 너무나 잠재력과 부가가치가 많은 분야,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는 분야를 단지 불경기 시대, 업권 다툼 때문에 천년 이상 동북아에서 치열한 마인드로 수행한 임상 실험 축적물을 싸구려로 내팽개치는 것 아닌가 대단히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한약이 비과학적이고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비추며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전공 분야 공부하기에도 바쁜 사람들로 한약에 대한 이해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필자가 보기엔 한약에 대한 현대적인 연구 논문 단 한편도 읽어보지 않고 무책임하게 내뱉는 경우가 많아 유감입니다. 한국에서는 상황이 이러한 와중 해외에서는 한약재를 대상으로 한 진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거금을 주고 의뢰해야 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고 있고 각종 종자 은행, 유전자 정보 은행도 설립되고 있습니다.

2012년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서는 뇌세포를 파괴하는 흥분성 뇌 독소인 Glutamate에 대해 하수오로 전처리된 뇌세포는 이 독소에 노출되어도 뇌 세포 보호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뇌 세포의 수명 연장 효과도 관찰되었음을 보고하였습니다. Journal of Nutrition Science and Vitaminology 지에서는 하수오를 18주 복용한 후  학습 수행 능력과 기억력에 관련된 두뇌 기능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효과를 보고하였습니다.     

하수오의 대사 장애에 대한 개선 효과 또한 인상적인데 특히 혈액 내의 지질 대사 장애를 개선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화하는 점, 당분 대사 장애를 개선하는 효과가 주목할 만 합니다. 바로 이러한 기전으로 성인병을 예방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Ronald Katz는 저서 ‘안티 에이징 혁명’에서 하수오가 지닌 뚜렷한 심장 보호 효과를 피력하였습니다.  2005년 Journal of Pharmacological Science지에 실린 논문에서는 하수오가 혈관 내 염증 발생 시 백혈구 침습으로 인한 동맥 내 혈전 형성을 예방하고 동맥 경화 발생율을 무려 60%나 낮춘 다는 점을 보고하였으며 동 연구자들은 하수오가 장차 심장병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의학계에서는 항생제를 빈번히 사용한 결과 이제 아무런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항생제 내성 세균 MRSA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잠재적으로 어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수술을 잘 받고도 간단한 세균 감염으로 황망하게 죽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지는 항 박테리아, 항 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된 한약 19종을 비교 분석하여 하수오가 MRSA 균을 억제하는데 우수한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습니다. 2010년 Planta Medica 지에서는 하수오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억제 작용도 있어 우수한 면역 증진 개선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습니다.  

특이하게도 머리카락에 대한 하수오의 효능도 여러 편의 논문에서 언급됩니다.  예로부터 풍성하고 빛나는 머리칼은 젊음과 수태력의 상징입니다. 노화도나 성호르몬의 건강 상태가 머리칼에 여실히 반영되는데 하수오는 흰머리, 가늘어지는 머리, 머리 숱이 휑하게 적어지거나 탈모, 대머리 치료제로서 여러 번 언급되는 것을 보면 머리칼에 반영되는 저변의 호르몬 개선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전설의 하씨 이야기는 근거 없는 전설만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노화 방지제로서 앞으로 더욱 많은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