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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도 썰매를 타셨어야

루지, 봅슬레이, 바이애슬론 등 생경한 동계 스포츠를 고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 덕분에 접합니다. 설산을 뛰어 넘고 공중 회전을 하질 않나, 얼음판에서 살인적인 스피드를 내지 않나, 평창에 모인 젊은이들은 옛날로 치자면 무협지 주인공들이 아닌가 합니다. 많은 종목들이 자칫하면 인명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에 담대해야 하고 뛰어난 신체 제어 능력을 요구합니다. 전세계에서 온 엘리트 스포츠인들의 경이로운 능력, 역전의 드라마, 감동적인 뒷 이야기의 재미가 쏠쏠한데 손에 땀쥐고 스포츠를 구경하면 살짝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고 ‘미러링’ 효과라고 하여 관람하는 사람의 두뇌에서도 운동 선수들처럼 폭발적으로 엔돌핀이 분비됩니다. 이는 두뇌와 신체에 매우 상쾌한 자극을 줍니다. 오늘은 동계 올림픽을 관람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몇가지 단상들을 적어봅니다.

윤성빈 선수의 말벅지

윤성빈 선수 덕분에 스켈레톤이라는 종목을 처음 보았는데 뭐 저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의 엄청난 근육질의 피지컬에 놀랍니다. 허벅지 둘레 65cm에 서전트 점프를 103cm씩 뛴다는데 어디까지가 타고난 것이고 어디부터 훈련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한의원에서는 중력에 대항해서 다리가 후달거려 잘못 일어나는 사람, 허리를 못펴는 사람 혹은 자신의 머리 무게 5kg에 짓눌려 있는 사람을 직립할 수 있도록,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재활하는 일이 매일의 일상인데 윤 선수를 보면서 훈련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발달할 수 있을지 그 잠재력의 지평선을 확인합니다. 허벅지 얘기가 나와서 보태자면 여자든 남자든 평생 허벅지는 엉덩이와 함께 빵빵하고 파워풀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반려자를 구할 때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활력, 생활력, 정력 모두 이 부위에서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허벅지 근육이 쏙 빠진다거나 새다리가 된다면 호르몬 급강하로 본격적인 노화와 퇴행의 시작입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도 허벅지 지방은 빼지 않는 것이 나은데 여성 호르몬이 유선형의 곡선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은 2세의 두뇌를 이 부위의 지방을 동원해서 만들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스키니 진에 ‘허벅지 갭’등의 한심한 유행이 사라지고 비욘세나 카다시안 언니들, 그 추종자들의 빵빵한 엉덩이, 허벅지 라인을 구경할 기회가 많아져서 다행입니다.

책상에서 시들고, 소파에서 퇴행한다..

윤성빈 선수도 피지컬이며 운동 신경이 어릴때부터 남달라서 국가대표로 뽑혔겠지만 가만히 보면 저희 의원에서도 가끔 엄청난 피지컬의 소유자들을 만납니다. 옛날 같으면 관운장 같이 적토마를 타고 청룡연월도를 들고 포효했을 사람이 21세기에는 하루 종일 모니터를 바라보며 열을 삭히며 앉아 있습니다. 타고난 신체 잠재력에 비해 운동량은 터무니 없이 적고 땀도 제대로 흘릴 기회가 없습니다. 엄청난 신진대사 요구량을 제대로 맞추어주지 못하고 주위에 널린 정제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 인슐린 폭발로 그만 비만, 당뇨병등의 성인병에 걸려버린 안타까운 분들입니다. 중년 여성분들 중에도 평소 신체를 단련할 기회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타고나기를 당당한 어깨에 파워풀한 다리를 구비하신 분들을 간혹 볼 수 있는데 동네에서만 왔다 갔다 하기에는 매우 아까운 분들입니다. 알파인 스키를 타고 날아다닐 수 있었던 분들입니다.

어쩌다 몸치가 되었는가

올림픽을 구경하노라면 엘리트 선수들의 경이로운 신체 능력에 감탄하다가 자신을 되돌아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기초적인 체력 단련과 운동 능력 향상의 기회도 스스로 안주었는지, 어떡하다가 내 몸에 대한 제어력을 이토록 상실하게 되었는지, 뭐하다가 꾸준히 즐기는 종목이 하나도 없게 되었는지, 왜 오늘도 햇볕도 제대로 못받고 책상에서 하루 앉아 있었는지 말입니다. 선수 급은 하늘이 점지해주어야 가능하고 신년에 짐 멤버쉽을 구입하고 맘먹고 운동을 시작하였지만 2월이 되어 벌써 포기하게 되었다면 대신 ‘놀이’를 선택하면 됩니다. 극강의 체력 단련이나 불굴의 정신력이 아니더라도 인체를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있음을 즐기고 상쾌함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노화는 ‘몸과 마음의 경직성’ ‘경직된 움직임’ 에서 확연히 나타나는데 아이처럼 웃고 발랄하게 움직이고 춤추고 맘대로 놀수 있다면 이는 강력한 안티 에이징 방법입니다.

추위 – 적인가, 친구인가

얼굴이 다 얼어붙을 정도로 평창이 그렇게 바람이 많이 불고 춥다는데 설원에서 그리고 빙상에서 승부를 가르는 선수들은 평생 추위에 단련되고 환경 조건에 상관없이 고에너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철인들입니다. 추위에 강한 사람들이 생명력이 강합니다. 몸이 안좋은 사람일 수록, 체력이 약한 환자일 수록 신체의 온도 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더위도 잘 못참고 추위에는 더욱 취약한 경향이 있습니다. 기아와 함께 추위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극악의 스트레스이며 빙하기를 살아 남은 인류의 두뇌 저변에 끔찍한 기억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누구나 따뜻하게 있길 원하며 추운데 노출될까 전전긍긍하며 전기 장판 없이는 영국 겨울에 살아 남을 수 없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환자분들에게는 결코 권장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알고보면 신체를 단련시키는데 추위 노출만큼 강력하고 효과적인 자극도 없습니다. 어느 추운 나라에서는 아기를 얼음물에 적시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에 바다 수영을 하며 예전에는 동네 아저씨들도 냉수 마찰을 하던 전통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이는 과학적으로 매우 타당한 벙법으로서 몸과 마음이 준비가 된 상태에서 일부러 추위에 노출시켜 단련하면 인체는 빙하기에 살아남은 원시적 생존력을 극대화시켜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되며 반면 그동안 인체에 쌓인 쓰레기 세포들은 싹 정리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체열을 효과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기능이 가동됨과 동시에 두뇌는 기민하게 활성화되며 생명력이 극도화되어 새로운 차원의 건강 수준으로 인체를 리셋합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