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하면 일반인들의 어마 어마한 신체 사이즈에 놀라고 이제 정상 체중인 자들이 소수 집단이 되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아이들로부터 노인들까지 전 연령에 비만과 연관된 다양한 질환이 만연하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약물 치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의료비와 제반 사회 비용이 천문학적입니다. 과체중인 사람들은 아직 당뇨병으로 진단 받지 않았더라도 이미 대부분 전당뇨 (prediabetes)로서, 당뇨병과 각종 대사 질환의 암울한 세계로 이미 바짝 다가섰습니다. 불필요한 체지방의 축적은 호르몬과 에너지 대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적신호로서 편안한 노후를 즐기려면 중년기를 질병 발생 없이 순탄하게 보내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우리나라는 TOFI 들이 득세
마른 비만자를 이르러 학계에서는 TOFI (Thin on the outside, fat on the inside)라고 부르는데 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말랐지만 속은 지방질인 사람을 지칭합니다. 유전적으로 서양인들처럼 체지방을 겉으로 거대하게 축적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동양에는 말라도 장기 내부로, 혈관으로 침범하는 마른 지방질 TOFI 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처럼 수퍼 사이즈 비만인들이 많이 보이지 않고 겉으로 정상 체중에 가깝게 유지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모범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속사정은 다릅니다. TOFI 자신들도 평균 체중과 몸매를 유지하고 있기에 성인병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하여 (날씬한 내가 설마 고혈압, 당뇨? ) 방심하다가 적시에 진단 치료를 받지 못하고 오래 병을 키우는 경향이 있으며 일본이나 한국에도 서구 못지 않게 성인병이 흔합니다. 사실은 ‘속으로 비만인 분’은 ‘ 밖으로 비만인 분’보다 더 걱정해야 맞습니다. 저희 한의원도 환자의 반 이상이 중년 남녀 TOFI들인데 이런 분들의 몸을 만져보면 근육이 너무 없어서 스폰지를 누르는 것 마냥 푹신 푹신 심지어 흐물 흐물하고 조금 있는 근육은 뻣뻣합니다. 자세가 구부정하며 피곤해보이며 몸에 근육톤이 없어 물살이거나 수척한데 배가 나온 모습이 전형적입니다. 팔다리가 말랐는데 배가 올챙이처럼 볼록하다면 많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저희 병원에서 지난 수년간 직접 체성분 분석(body composition analysis)을 해 본 결과 서양인 과체중자들은 뚱뚱하더라도 그 내부에 그를 지탱할 수 있는 근육과 골격도 장대하게 발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TOFI는 체중이나 BMI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심각한 체성분 (body composition)비율 불량을 보이는데 근육 매스의 저하와 심지어 골 밀도 저하가 심각하며 약간의 체중 변동, 특히 복부 지방 축적에 신체가 구조적으로나 생화학적으로 버텨내지 못하는 모습을 관찰합니다. 근육이 없으니 근육 피로나 통증이 발생하기 쉽고 에너지 발생 저하로 피로나 추위에도 취약합니다. 근육이 단련되지 않고 탄력성이 없어서 운동 후 몸살이 잘 나고 회복이 잘 안되며 근육 생성이 더뎌서 운동에 취미를 못 붙이는 경우가 많은 것도 TOFI 들의 특징입니다. 근육은 신체를 구성하고 지지할 뿐만 아니라 호르몬 수용체가 많고 신진 대사에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근육 저하의 문제는 마치 대사질환에 대항하는 중요한 방어막이 없어진 것과 같습니다. TOFI에게서의 약간의 복부 지방 증가는 고도 비만자가 많은 양의 체지방을 비축하는 것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치명적입니다. 저희 의원에서는 모든 성인들의 혈압을 측정하는데 중년의 마른 분들이 전혀 의심치 않았던 고혈압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경우를 많이 보며 한결 같이 예전에는 저혈압이라서 걱정이었다고들 합니다. 뿐만 아니라 높은 혈당, 전당뇨 상태 혹은 이미 당뇨병으로 진입했거나, 지방간, 과도한 중성 지방 (triglyceride), 반면 심혈관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 저하 등 성인병 구비 조건들이 중년의 마른 비만자들에게서 빈번히 관찰되므로 성인병은 뚱뚱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 기억하세요! 신체의 염증성도 높은 경향이 많아 중풍이나 치매로 가는 뇌의 염증, 심장 혈관의 염증에도 취약합니다. 심장마비나 중풍 발병 후 비만자들보다 TOFI들이 오히려 예후도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필자는 소시적 중풍 전문 병원에서 근무하였는데 혼수 상태로 앰뷸런스에 실려오는 TOFI들을 맞이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만나는 분들을 보며 일찍 만나 미리 위험 요소들을 제거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였었습니다.
비만을 해소하는 것 만큼 신체에 다각적으로 한꺼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생체 연령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뱃살을 빼어 척추수술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게 되고 수면 중 무호흡을 고치고, 지방간, 통풍이 없어지고, 당뇨병을 역전(!)시킬 수 있고 다시 활력과 뇌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엄연히 호르몬 질환이고 대사 질환인데 아직도 과식, 의지박약, 운동 부족 등을 탓하고 정부는 불량 가공 식품 회사에 면죄부를 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극단적인 경우를 보자면 비만 상태와 그에 수반된 수많은 질병을 누군가는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는 비정한 현실입니다. 허리 싸이즈를 사수하고 근육을 올려야 합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