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506년. 우리나라에서는 중종 반정으로 연산군이 폐위되고 중종이 즉위하던 시기, 지구 반대편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초상화 한 점을 완성하였습니다. 성공한 실크 상인, 프란체스코 죠콘다의 3번째 부인, 리자 게라디니의 상반신 초상화로 바로 모나 리자 (리자 여사)가 탄생했습니다.
모나리자는 프랑스 국보이자 프랑스 국민 소유로서 판매가 불가능한 작품으로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를 지녔으며 가격을 매길 수 없기 때문에 보험을 드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왕실에서 물려주며 자기네들끼리 소장 감상하던 작품으로서 레오나르도를 프랑스로 초청했던 프랑수아 1세의 아들 앙리 2세는 레오나르도가 죽은 뒤 모나리자를 욕실에 걸어 놓고 감상하였습니다. 덕분에 그림이 습기를 먹었다 말랐다를 반복해서 결국은 그림 표면이 쩍쩍 갈라지게 되는 원인이 되었으며 한 때는 나폴레옹의 침실에도 걸려 있었습니다. 모나리자는 미친 사람들에게 테러도 당하고 여러가지 사연이 많은데1911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감쪽 같이 사라진 사건은 모나리자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때 파블로 피카소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체포되고 조사받는 수모를 당했는데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국인 이탈리아가 모나리자의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했었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니 루브르 박물관 직원으로 그 전년에 도난을 막기 위해 그림 주위에 설치한 유리벽을 시공한 작업부이기도 했던 이탈리아계 빈첸조 페루자가 아르헨티나의 사기꾼 발피에르노의 사주를 받아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부자들에게 모사품을 팔아먹다가 돈이 궁해지자 피렌체에서 진품을 팔려다가 검거되었는데 모나리자가 2년만에 무사히 구출되고 프랑스로 반환되었을 때 신문에 대서특필되었고 전 세계가 안도하고 환호하였습니다. 모나리자는 이제 전세계 초등생들도 다 알아보는 가장 사랑받고 유명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대대적 리노베이션 이후 이제 단독 전시실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곳은 컴퓨터로 항상 일정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 빈치가 쓴 색상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천장에서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모나리자 앞의 북새통은 유명한데 오늘도 전 세계에서 그녀를 보러 온 방문객들을 방탄 유리 뒤에서 무심한 듯 해탈한 듯 묘한 표정으로 내려보고 있습니다.
모나리자의 수수께끼
도대체 모나리자의 표정이 무엇을 암시하는 것인지 수백년 동안 미술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녀의 표정이 ‘중립적이다’ 라고 까지는 어느 정도 동의가 이루어졌는데 그녀의 심리가 과연 행복한지, 우울한지, 쓸쓸한지, 역겨운지, 화났는지, 슬픈지, 도도한지, 수줍은지… 미스테리입니다. 리자 여사는 각도에 따라 또 달라 보이고 이렇게 후대 자손들이 계속 헛갈리고 감상하는 사람 자신의 내면 상태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감정 이입될 수 있도록 한 화폭에 담아내었다는 점에 다빈치의 천재성이 있지 않나 합니다.
닥터 류의 모나리자 분석
며칠전 벨기에의 닥터 헤토게의 세미나를 들으면서 또다시 호르몬 전반에 대한 리뷰를 하였는데 갑상선 호르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뼈져리게 체감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세포에 필요한 호르몬으로 부족할 시 300여가지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갑상선 저하증의 대표적인 증상들을 우리 모나리자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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휑한 머리숱 – 베일 앞으로 보이는 그녀의 앞머리는 납작하게 힘이 없고 머리숱도 없습니다. 모델을 섰던 당시 그녀는 20대 중반이라고 하는데 출산 후 탈모증이 생긴 것인지 원래 숱이 없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머리카락은 젊음, 호르몬의 반영으로 건강한 20대의 머리결은 말총과 같이 굵게 힘이 있고 풍성해야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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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눈썹과 속눈썹 – 모나리자를 완성하기까지 수년동안 다빈치는 덧칠을 반복하였습니다. 모나리자를 분석하기 위한 첨단 스캔이 수차례 이루어졌는데 원래는 눈썹과 속눈썹이 있었는데 리자 여사가 모델을 서는 동안 점차 눈썹이 빠졌는지 후에 아무리 다빈치가 명망있는 화가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모델의 눈썹을 지웠습니다. 덕분에 모나리자는 우주인같기도 하고 현실 사람같지 않은 신비로운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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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 – 눈은 내면의 창입니다. 양인들은 맹수들처럼 이글거리고 쏘아보는 반사하는 눈을, 음인들은 소처럼 조용하고 흡수하는 눈을 가졌습니다. 리자 여사는 조용히 응시하는 약간 멍한 눈빛을 가졌습니다. 참고로 레오나르도가 자신의 이니셜 LV 를 모나리자의 오른쪽 동공에 적어 놓았다는 점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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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끼리한 얼굴빛 – 화폭의 전체적인 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모나리자는 결코 혈기 왕성한 느낌이 아닙니다. 카로틴 축적으로 생기없이 누렇게 뜨는 피부는 갑상선 저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건강한 젊은 여성은 맑은 복숭아빛 혈색이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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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은 얼굴과 턱살 – 눈 주위 특히 애교살 부위가 부어있고 턱관절 부위가 후덕하며 이중 턱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생기없이 푸석한 얼굴, 붓고 살찌는 것은 갑상선 저하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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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 – 왼쪽 코와 눈 사이를 보면 조그마한 사마귀같은 혹이 있는데 황색종이라고 눈 주위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된 것을 레오나르도가 사실적으로 그려 놓은 것입니다. 자세히 확대해서 보면 왼쪽 눈 흰자위에도 축적반이 보입니다. 갑상선 저하는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을 유발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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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묘한 표정 – 다빈치는 리자 여사가 모델을 서는 동안 긴장을 풀고 웃을 수 있도록 6명의 악사들을 고용해 음악을 연주하고 직접 고안한 음악 분수도 동원했다고 합니다. 리자여사가 평소 시원하게 잘 웃거나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신비롭게 미소를 짓는 듯 보이기도 하나 사실 애매모호한 모습으로 우울증이 있거나 머리가 멍하다거나 웃을 힘도 없는데 다빈치가 종용하니 떨떠름하게 미소를 살짝 짓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도 진료실에서 저는 모나리자같은 자태의 여성분들과 마주합니다. 갑상선 저하는 매우 흔한데 혈액 검사의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많은 증상을 다 구비하고 있음에도 진단을 제대로 못받고 치료는 더욱 못받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고보면 이런 분들 참 많은데 여러분 주위에 모나리자 같은 분이 있는지 잘 봐주세요.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