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접어드니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아 오더라도 어릴 때처럼 마냥 들뜨거나 기쁘지 않고 오히려 원하지도 않는데 나이를 또 한 살 더 먹게 되었다는 사실에 뭔가 착잡하고 어디론가 비장하게 끌려가는 심정입니다. 27, 28세 정도까지 성장의 피크를 찍었다가 30이 되면 생체는 여러 면에서 이미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30대에는 10대 20대처럼 방종하게 살거나 정기적으로 신체에 충격을 주고 무리를 가하더라도 신체가 지닌 본연의 탄력성 덕분에 신체의 변화를 잘 체감하지 못합니다. 40에 들어와 남녀 공히 갱년기에 접어 들면서 노화가 비로소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생전 없던 증상들이 나타나고 노화, 퇴행, 질병 상태, 즉 생로병사가 갑자기 체감됩니다. 의학의 발달 덕분에 병 걸려 조기 사망하는 사례는 적어졌지만 늘어난 세월 만큼의 수명을 질적으로 받쳐주지 못한다면 허무합니다. 세계 보건 기구WHO가 정의했듯이 건강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웰빙을 이루고 있는 상태로 누구나 죽을 때까지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질병이 나타났을 때 약을 먹고 수술을 하고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질병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 관리와 안티 에이징, 노화 예방 의학의 중요성이 진정한 개인 건강 유지 면에서 더욱 부각되리라 봅니다.
실제 나이 (Chronological Age) VS 생물학적 나이 (Biological Age)
‘동안’이니 ‘노안’이니 하는 단어들도 어느덧 우리 생활에 깊게 들어 왔고 중년이 되니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면 순식간에 서로의 변화된 모습을 자연스럽게 스캔합니다. 과학적으로도 똑 같은 연령이더라도 개인 간에 노화의 속도가 크게 차이 난다는 점이 밝혀졌으며 노화 연구를 통해 동안과 노안을 결정하는 그 실체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노화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결과들이 속속 도출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2015년 여름 듀크 대학의 과학자 Daniel Belsky 팀이 과학계 최고 저널인 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기고한 논문이 인상적이라서 소개합니다. 상기의 듀크 대학 의대의 노인병학 연구팀들은 20, 30대 지원자들의 노화도를 18개의 지표를 통해 측정하였습니다. 이들은 노화가 상당히 진행되었을 때 발현되는 지표들로서 혈압, 폐 기능, 지질 대사 수치,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 신체 전반의 염증도, DNA 건강도 등을 포함합니다. 이 외에 ‘얼마나 늙어 보이느냐’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얼굴의 노화도’ 는 신체의 다른 노화 지표를 매우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중에서 얘기하는 ‘동안’이니 ‘노안’의 개념이 노화 의학 면에서 과학적으로 꽤 유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화 변화는 서서히 누적되어 나타나므로 연구팀은 1972년과 1973년에 뉴질랜드의 Dunedin에서 태어난 954명을 대상으로 26세에서 38세가 될 때까지 오랜 기간 추적 조사 하였는데 이들은 나이는 동갑이지만 생물학적 연령도면에서 사람마다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확실히 일부 사람들은 생물학적 연령이 높으며 굉장히 빠른 속도의 노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상기의 생체 노화 지표들 뿐만 아니라 동시에 노인들의 상태에 필적하는 협응력 감소와 인지 능력 감소 상태까지 조기에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물학적 나이는 하기 나름
연구를 주도한 Belsky 박사는 과연 어떻게 노화도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인지 결론을 내었는데 그의 연구에 의하면 노화를 결정하는 80%가 유전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였다는 점이 이 논문의 중요성입니다. 이는 즉 후천적으로 노화도를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하며 나머지 20% 정도가 유전자, DNA와 관련이 있는데 이마저도 후천적으로 일정 수준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상이라고 합니다. 조기 노화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인자들이 밝혀지고 있으니 앞으로의 연구는 이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어떠한 안티 에이징 치료법과 생활 습관이 실제적으로 노화도의 역전에 영향을 줄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노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 제어하는 것은 연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무엇보다 생활 습관이 크게 좌지우지하는 문제로서 그동안 막연히 생각했던 것처럼 무작위의 유전자의 문제로 탓하거나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노화를 예방하고, 중장년을 지나 길고 길어진 노년기를 곱게, 건강하게 즐기고 준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이고 해서 저도 올해는 노화 현상의 실재와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서 글을 쓸 예정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생체 시계를 돌리고 젊음과 활력을 즐기는2016년이 열리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참고 문헌:
Quantification of biological aging in young adults
http://www.pnas.org/content/112/30/E4104.full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