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파지(autophage: 자가포식)의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이 글을 쓰는 10월 3일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분야의 단독 수상자로 결정되었습니다. 오토파지는 요즘 세포 수준에서의 건강 도모, 미토콘드리아 활성화, 에너지 대사, 항 노화 의학에 관련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분야로서 필자도 이전 항노화 방법이나 간헐적 단식의 의미를 소개하는 컬럼에서 몇 차례 오토파지의 개념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임상 의학이 세포 기능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제약 범벅으로 질병 매니지먼트 산업화 되고 가공 식품 회사의 강력한 로비로 대중에게 제대로 된 식품 가이드 라인까지 제시되지 않는 암울한 상황에서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상 위원회는 매해 가을 한줄기 청량한 햇살을 비춥니다. 상업적으로 물들지 않고 진정으로 중요한 당대의 연구 성과와 일생을 실험실에서 헌신한 또 한 명의 영웅을 대중에게 제시합니다.
오스미 교수의 연구 써머리를 보니 사람 세포의 라이소좀에 해당하는 기능을 효모를 사용해 세포 내부의 움직임을 추적하여 수천개의 형질을 일일히 연구하여 세포가 생존하고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오토파지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1992년 최초로 발견한 이래 마침내 총15개의 유전자를 규명해 내었습니다. 이분의 획기적이지만 무지 무지하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동 집약적인 실험 연구 덕분에 오토파지의 유전자와 그 작용 기전을 비로소 규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 노벨의학상 수상자인Christian de Duve라는 사람이 이 현상에1963년 오토파지라는 이름을 최초로 붙였으나 오스미 교수의 역량 덕분에 일본은 현재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구가하고 있으며 의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최근 전세계적으로 수천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토파지는 이번에 노벨상까지 타고 상아탑에서만 존재하는 뭔가 어렵고 복잡한 개념이 아니라 건강 도모를 위해 누구나 상식적으로 다 알고 실천해야 하는 그런 것입니다. 오토파지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자신’을 뜻하는 ‘Auto’와 ‘먹는다’를 뜻하는 ‘phagein’이 합쳐져 ‘자신을 먹는다’는 의미입니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손상된 소기관을 분해하는 현상으로, 이 기전에 이상이 생기면 암이나 신경 난치병이 발생합니다. 오스미 교수는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중요한 유전자를 발견한 것입니다.
누군가 운명을 바꾸려면 단식을 하라고 그랬던 것처럼 단식이 신체와 정신에 부여하는 신비한 효능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 메커니즘이 바로 오토파지 현상에 있습니다. 단식을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요즘 여러가지 형태의 간헐적 단식(intermittent)이 소개되고 있는데 바로 일상에서의 오토파지 업그레이드입니다. 현대인은 끊임없는 칼로리의 유입으로 바쁘게 대사가 돌아가고 그런 와중 에러가 많이 발생하는데 고칠 틈조차 주지 않고 있습니다. 신체를 부단한 소화와 대사의 부담에서 한동안 덜어주면 평소 바빠서 미루고 있었던 여러 가지 복구와 재건 작용이 비로소 시작됩니다. 세포 수준에서 그동안 쌓였던 노폐물이 마침내 대청소 되는 효과가 생기고 세포에 누적된 손상이 마침내 재생 복구될 기회를 가지는데 바로 이것이 오토파지 현상입니다. 이때 유전자 수준에서도 장수 및 질병 예방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발현될 기회를 가집니다.
세포는 오토파지를 통해 빠르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세균 등에 감염됐을 때 오토파지를 통해 세포 안에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습니다. 배아의 정상 발달 과정에서도 오토파지가 필수적입니다. 우리 몸의 노화를 억제하는 조절자로도 작용합니다. 최근에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등에 공통된 신경세포에서의 이상단백질 축적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암세포 증가나 노화 억제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토파지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에러 난 세포들이 신체에 쌓이게 된다고 보면 됩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노벨위원회는 “우리 몸의 근간이 되는 세포의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핵심 현상을 발견하며 인류가 각종 질병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필자는 병이 났을 때 인체는 인체의 세포가 가장 잘 고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오토파지가 큰 역할을 하며 임상 의학에서도 이 효과를 잘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오스미 교수의 과거 인터뷰를 보니 전공을 바꾸어 분자생물학에 새로 도전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일본에 돌아올 자리가 마련되길 기다리고 43세 처음 자신의 실험실에서 당시 별로 핫 하지 않는 분야에서 동료도 없이 홀로 연구를 시작한 여정을 담담히 소회합니다. 과학 연구는 그 성격 상 열정적으로 일한다고 한들 성공을 기약할 수도, 커리어의 안정성을 기대할 수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서있는 것 같으나 하루 하루 희망을 걸고 도전하고 영감을 갈구하는 불안하고도 피곤한 연구원의 심정을 토로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봅니다. 일평생 연구에 정진해온 사람들에게서는 수행자와 같은 아우라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스미 교수의 평생의 업적에 마음으로부터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류 아네스, 런던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