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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티존, 부은 얼굴 그리고 갱년기

부신(adrenal glands)이라고 작지만 굉장히 중요한 기관이 있습니다. 좌우 콩팥 위에 위치한 삼각형의 작은 내분비선으로서 코르티졸, 알도스테론, 안드로젠 등 중요한 호르몬을 분비하여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 물과 전해질, 혈압 조절, 그리고 성 호르몬을 분비 조절, 생식 기능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부신 상태에 따라 성장 상태나 노화 과정이 피폐해질 수도 있고, 순탄하게 넘어 갈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내분비 기관입니다. 역사적으로 한의학에서는 부신 기능을 잘 인지하였고 부신 상태를 생명력의 기반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한의사들은 에너지, 성기능, 혈액 순환, 소변 상태, 스트레스 반응 등에서 부신의 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자 합니다. 동양에서는 지난 2000년간에 걸쳐 수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누적하여 부신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처방을 성립하였는데 보약(補藥)에 해당하는 많은 한약 처방들이 그러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부신 기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최근 과학적 실험으로도 밝혀졌는데 학계에서는 보약에 해당하는 카테고리의 약물을 adaptogen 이라고 부릅니다. 인체의 적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약물로 번역하는데 참으로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부신 기능, 그 중에서도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코르티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졸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졸을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합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외부의 해로운 자극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분비됩니다. 코르티솔은 맹수에게 잡혀 먹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것을 가능케하고 아이가 자동차에 깔렸을 때 평소 연약하던 엄마가 장사가 되어 자동차를 번쩍 드는 등 응급 상황에서 바짝 힘내게 하는 호르몬입니다. 코르티졸을 만성적으로 과다 분비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보이는데 일상의 작은 스트레스도 맹수가 달려드는 상황마냥 반응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는 본인 스스로 굉장한 손해를 자초하는 것으로 그냥 머리 꼭지가 도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장된 스트레스 반응으로 몸을 쥐어 짜서 에너지를 뽑아 내기에 몸이 빨리 부서지게 됩니다. 땔감이 절실하다고 집에 있는 온갖 골동품이나 귀중품들을 다 태워서 벽난로 불을 때우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코르티졸이 높은 상황에서는 신체의 근육 등 소중한 조직을 녹여 혈관에 당분을 힘껏 주입시켜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에 인체에 대단히 파괴적인 효과가 있으며 따라서 이런 응급 상태가 만성적으로 지속되어서는 안됩니다.  코르티솔이 아주 저하되어 있거나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사람도 문제인데 이들은 일상 생활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버거울 만큼 무기력하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몸이 푹 꺼지고 영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코르티졸은 스트레스 호르몬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항 스트레스 호르몬’이기도 합니다.  모든 호르몬이 그렇듯 필요한 상황에서 적정량 정확하게 분비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성 부신 피질 호르몬

세간에서 ‘스테로이드’로 부르는 합성 부신 피질 호르몬이 있습니다. 항생제와 함께 현대의 치료 혁명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되는 약물입니다. 1935년 Edward Kendall과 Reichstein은 독립적으로 동물의 부신 피질에서 미량의 코르티존을 분리, 화학 구조를 결정하는데 성공하였고  이렇게 발견된 코르티존은 메이요 클리닉의 Philip Showalter Hench 가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에 효과적임을 밝혔습니다. 1949년Hench 박사가 환자들의 치료 전후의 상태를 언론에 공개하자, 코르티존은 ‘기적의 치료약’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The Times의 의학담당기자는 “단 며칠의 투약 뒤에 환자들은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걸었고, 관절이 아프거나 부어오르는 증상도 사라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노벨상 수여가 이렇게 빨리 결정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1950년 Kendall, Reichstein, Hench 는 스톡홀름으로 가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쁨과 기적도 잠시였습니다. 영국의 류마티즘 학자인 오스월드 세비지가 메이요 클리닉을 방문했을 때 Hench박사는  ‘계속 늘어나는 부작용에 대한 보고에 낙담해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약으로 코르티존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은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테로이드 부작용

스테로이드는 여러가지 염증이나 통증, 알러지,면역계 질환에 참 많이도 쓰입니다. 이렇게 강력하고 위험한 부작용이 수반된 약물은 숏건 요법으로 짧게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부작용은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토피가 있는 어린이들도 장기간 전신에 스테로이드를 도포하고 온 경우가 많은데 신체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댓가로 단백질이 분해되고 미네랄이 소실되기 때문에 아이의 성장이 저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인분들도 어디서 ‘명약’이라고 반짝하는 효과가 있다는 약을 먹고 퉁퉁부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체가 스테로이드제에 오랜동안 노출되면 쿠싱 신드롬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체 조직에서 단백질이 분해되어 근육이 없어지고 사지가 마르며 혈당이 미친듯이 상승, 당뇨가 생기고 복부가 부풀어 오르며 신체가 지방질이 되고 몸에 물이 고이고 붓고 혈압이 오릅니다. 얼굴은 특징적으로 달덩이처럼 붓게 됩니다. 면역계가 손상되고 골다공증도 옵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신체를 불태운다

외부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더라도 특히 폐경 전후의 여성에게서 쿠싱 증후군과 흡사한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스트레스에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부신 기능이 혹사되고 코르티졸이 만성적으로 항진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갱년기 전후로 갑상선, 난소, 뇌하수체 기능이 저하되고 인체를 젊고 건강하게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는 민감한 시기에 스트레스의 해악은 신체에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스트레스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데 피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줄이도록 하며 스트레스에 대한 자신의 대처 반응이 건전한지, 과장된 스트레스 반응으로 자신의 몸을 불사르고 있지는 않은지 잘 체크하기 바랍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