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농경
구석기 시대의 수렵 채집인들이 자신의 식량을 찾는 방식에 의존했다면 1만여전 전 농경인들은 그 식량을 스스로 창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업 문명으로의 이행은 인류 역사 상 가장 큰 혁명으로 치지만 이 혁명적 변화는 일방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만을 갖지 않습니다.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의 저자인Jared Diamond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지리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지리 뿐만 아니라 인간 진화, 생리, 의학, 환경 등에 까지 아우르는 석학으로서 그는 농업으로의 전환을 인간 역사상 가장 큰 실수 (The Worst Mistake in the History of the Human Race)라고 합니다. 식량의 저장에서 비롯된 재화와 권력의 독점, 지배, 피지배민의 구별, 계층 간의 불평등, 여성 억압, 생산에 매달리는 장시간의 고된 노동과 휴식과 여유 시간의 박탈 등의 사회 문제 등은 농경 사회로부터 기원하며 의학적으로도 농경 시대 이후로 영양 상태의 질적 저하와 체격 및 수명에 미친 악영향을 거론합니다.
구석기시대 수렵채집인 남성의 평균 수명이 35.4세, 여성은 30.0세였는데 비해서 농경 사회로 진입한 신석기 말 남녀의 평균 수명은 남자가 33.1세, 여자가 29.2세로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구석기 시대 평균 남성의 키가 거의 177㎝로 상당히 건장하였던 데 비해 기원전 3000년경 남성의 평균 신장은 161㎝ 이었고 현대에 들어와서도 구석기 시대의 골격을 아직 따라잡지 못하였습니다. 화석 연구에 의하면 농경 생활 이후 영양 불균형에 따른 감염과 대사 질환을 비롯 수많은 질환에 이환 된 증거를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일찍 죽었을 뿐 아니라 더 많이 병들어 죽었으며 농업으로 인해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농경 생활은 사람들을 병약하게 만들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Serial killer? Cereal killer!
수렵 채집인들은 무려 150종 이상의 다양한 단백질과 지방, 식물성 영양분을 섭취하였으나 농경을 시작하면서 매우 제한된 종류의 식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에도 10가지 정도의 곡류가 전체 작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특히 Big 3로 불리는 밀, 쌀, 옥수수가 인류에 필요한 칼로리의 80%정도를 제공합니다. 지구 상 60억 이상의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저장성과 이동성이 좋으면서 싼 가격에 많은 칼로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곡류가 경제적인 면에서는 안성맞춤이지만 사람의 유전자는 농업 혁명에 따른 대량의 곡류 섭취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였고 수많은 만성 질환의 저변에 곡류 섭취가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1만년은 사람에게는 긴 세월이지만 유전자 입장에선 눈 깜짝할 시간으로 사람의 유전자가 환경에 적응해서 진화하는 데에는 적어도 5만년에서 10만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현대에 사는 우리들도 겉은 현대인이지만 속은 엄연히 2백만년 전 확립된 오래된 유전자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직도 푸드 피라미드에서 곡류가 맨 아래에 가장 넓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 푸드 피라미드 자체가 의학이나 영양학의 최신 연구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미국 농무부 (USDA)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개정될 때 마다 영화 한편 찍을 수 정도로 각종 이익 단체의 로비와 정치가 횡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곡류는 영양적으로 불완전
곡류는 뭔가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고 입에 부드럽고 포만감을 주며 소화가 잘 되는 것 같지만 소화 된 후의 대사 과정에선 인체에 과히 파괴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섭취 후 혈당이 수직 상승하는 점이 문제인데 밥 한 공기는 초코바보다 더욱 혈당을 높이며 달콤한 제과 제빵은 말할 것도 없고 별로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 식빵이나 바게트도 동량의 백설탕 한 그릇보다 더욱 혈당을 높입니다. 과도한 혈당의 상승은 과도한 인슐린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여 다시 저혈당으로 빠지기 쉬워 하루에도 몇 차례 혈당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는데 이때부터 신체에는 각종 염증의 폭발, 순환 장애, 호르몬 부조화, 피로, 뇌기능 저하, 각종 성인병의 발병이 시작됩니다. 암 세포는 단백질이나 지방에서는 영양을 취하지 않으며 오로지 당분 만을 연료로 사용함도 참고하세요. 비만, 당뇨, 혈압, 고지혈증, 요산 혈증 등으로 발현되는 대사 장애가 있음에도 지방을 덜 먹으면서 상대적으로 곡류 위주로 먹는 분들께 밥, 빵, 면을 줄이거나 끊으라고 권장하면 보통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는데 일단 줄일 수만 있으면 모든 수치들이 놀랄 정도로 회복됨을 누누히 경험합니다. 미디어에서는 통곡이다 해서 곡류에 들어있는 섬유소와 비타민, 미네랄을 거론하나 섬유소는 샐러드 야채에서 섭취하는 것이 월등하며 곡류 자체에 들어 있는 피트산이나 렉틴 등의 독소에 의해 오히려 흡수 불량과 경쟁 반응으로 신체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유량이 오히려 낮아집니다. 밥 위주로 간소하게 먹는 노인 분들의 만성 영양 실조 상태는 잘 알려져 있으며 노약자나 병후에 소화 흡수 기능이 떨어질수록 밥 비율을 줄이고 적게 먹더라도 신체를 재건할 수 있는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아미노산, 필수지방산, 비타민과 무기질)을 선택해야 합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서 곡류들은 완전 소화되지 않고 장 점막을 과다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스가 차고 경련성으로 배가 아프며 설사를 자주하는 과민성 대장염 환자들은 그동안 전혀 의심치 않던 곡류를 멀리하였을 때 증상이 소실되는 것을 자주 봅니다. 밀, 보리, 호밀에 들어있는 단백질인 글루텐(gluten)은 큰 문제로서 장점막 훼손, 알러지와 자가 면역 질환의 유발, 무엇보다 신경독 (neurotoxin)으로 작용하여 신경계나 뇌의 훼손과의 연관이 최근 많은 연구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