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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의 거대한 도박

전혀 다른 세상이 도래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영화보다도 현실이 극적입니다.  이태리에서만 3월 15일 하루에 36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얼마전까지 중국 우한의 상황을 불구경하듯이 보고 있었는데 이제 중국 바깥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로 난리였던 기억이 생생한데 쉥겐 조약을 맺은 유럽 국가들이  서로 간의 국경을 걸어 닫고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갔습니다.

아비규환의 이태리

이태리 북부의 롬바르디 지방은 상공업이 발달하고 전통적으로 부유한 곳으로 선진화된 의료시스템이 존재하는 곳으로 영국 NHS 보다 2배 이상의 병상을 확보하고 있는데 병원이 터져나가고 현재 전시 상황처럼 환자들을 분류, 치료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의료인들은 밀려오는 환자에 압도되고 누구를 살릴지 급박히 결정해야 하는 윤리적 문제에 당면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자원인 인공호흡기를 회생할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 즉 노인들에게는 배정하지 못하며 부양할 어린 자식이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배정되고 있습니다. 유럽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 악성 변종이 들어왔는지 여태까지 뉴스에서는 기존 질환이 있는 연로자들이 위험하다고 그랬는데 이태리의 긴박한 상황을 보면 40대들도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N95 마스크는 얼굴에 딱맞게 피팅해서 껴야 하는데 답답해서 10분도 참기 힘듭니다. 방호복은 입으면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고 화장실 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현장의 의료진들이 이미 20% 이상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탈진하도록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망자 통계에 의료인들도 속속 포함되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연 전략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대역병은 각 나라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국 NHS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매우 염려하고 있으며 지난 10년이상의 재정 감축 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올것으로 예측합니다.

지난주 12일 보리스 존슨이 발표한 영국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입장과 결단은 매우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세계 보건 기구 (WHO)가 권장하는 진단 테스팅, 동선 확보, 격리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영국에서는 집단 면역(herd immunity)이 형성되도록 인구 60% 이상이 감염되어야 하며 그 와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리스 존슨은 비장하게 말하였습니다.  이 발표를 들으면서 필자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정을 추슬러야 할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경제가 더 중요하다는건지,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으라는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어차피 바이러스 확산은 기정 사실이고 방역을 포기하고 ‘지연’전략을 구사한다고 합니다. NHS 는 밀려드는 환자와 부족한 병실, 제한된 자원으로 몇주안에 압도될 것이 확연하니 전 경제를 마비시키는 휴업령과 자가 격리 대신에 전 인구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받아들이며 최대한  많은 사람이 갑자기 NHS 로 몰려 의료기능이 마비되는 현상을 피하는데 집중하자는 전략입니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이 시행하는 휴업령이 몇 주 뒤 해제되었을 때 다시 한번 바이러스 감염의 2차 피크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사례에서 보면 1차 유행때보다 2차 유행때 훨씬 더 많은 수가 사망한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영국의 이 기발하고 독자적인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수들이 맞아 떨어줘야 하는데 위험군인 노인들은 4개월간 집에 칩거하고, 병원에 몰려올  환자 수만큼 많은 환자들이 성공적으로 치료되어 재깍 재깍 퇴원을 해야하는 등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에 도박사처럼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3월 16일,  영국 정부의 ‘집단 면역’ 전략을 재고하는 것을 촉구하는 편지에 200여명의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싸인하였습니다.

산적한 문제들

현재 영국은 일반인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 테스팅과 추적은 포기하였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을지 컴퓨터 시뮬레이션 돌리면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WHO에서 test, test, test를 촉구하는 것과는 정반대 노선으로 테스트하지 않고 어떻게 눈감고 불끄겠다는 건지, 엄청난 감염율을 지닌 전염병을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건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일선의 의료인들이 엄청난 위험에 노출되면서 희생해야 하는 실정인데, 의료진에 대해서도 쓰러지지 않는 한 감염 여부 테스팅을 하지 않을 것을 공표하였습니다. 적절한 보호 장비가 지급되고 있는 않은 것도 문제로서 의료인들이 감염원이 될 위험이 큽니다.

영국은 그동안 인공호흡기 생산 물량을 전량 수출하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NHS는 충분한 수의 인공 호흡기를 구비하고 있지 않으며 이제와서 롤스로이스나 다이슨에 생산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언제 만들어서 공급할지 의문입니다. 인공호흡기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의 부족도 문제입니다.

영국이 충분한 병상 수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는 확연한 사실입니다. 영국의 병상 수는 독일의 5분의 1에 불과하며 잉글랜드에는 총 4000개의 중환자용 병상이 있는데 이마저 이미 80%가 차있습니다.

호주에서도 점점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을 보면 기온이 올라간다고, 여름이 된다고 바이러스가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16일 뉴스를 보면 이 사태가 1년간 지속될 것으로 관망되며 영국에서만 8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입원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참고1. 가족 내 감염의 문제

중국의 사례에서 많은 점을 배우고 있는데 외부 접촉을 피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가족 내 감염입니다. 이는 집이 안전하다는 상식에서 반직관적인 사실로서 중국의 경우 감염의 70퍼센트 이상이 가족 내에 발생되었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합니다. 부모, 조부모들이 죽고 아이들이 고아로 남은 경우가 많았기에 가족 중 확진자가 나오면 분리해서 학교 강당이나 호텔 등으로 격리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건강해보이는 사람이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족끼리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참고 2. 진통제 사용 문제

프랑스의 일선의 현장에서 밝혀진 사실로서 아프다고 이부프로펜이나 코르티존을 사용했을 경우 질병 경과가 안좋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원래 발열은 감염에 대항하는 정상적인 반응으로서 소염제를 사용하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항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면역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