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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항노화 의학 (anti-ageing medicine)과  장수학(longevity study)이 각광 받고 있는데 타고난 유전자가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라 유전자와 환경 조건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이 밝혀지면서 최근 더욱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건강한 장수인들을 대상으로도 면밀한 추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들은 의외로 담배를 피거나 음주도 즐기는 모습도 보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충실히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중장년기를 넘길 때 성인병을 발병시키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보입니다. 이들의 유전자를 조사해보면 100세 장수인이라 해서 장수 유전자만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처럼 치명적인 질병 유전자도 일반인들처럼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로든 이런 질병 유전자를 깨우지 않고 자신의 신체 디자인에 맞게 살았다는 점에서 장수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연구할 점이 많습니다. 

영국은 요즘 90세를 맞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1926년 4월 21일 생)의 생일 축하로 한참 들뜬 분위기입니다. 평생 병약했다가 56세의 나이로 사망한 아버지 조지 6세를 이어1952년 2월 6일 여왕으로 즉위하여 현재 64년이 넘게 재위하고 있는데 이는 여왕의 고조 할머니, 빅토리아 여왕이 세운 63년 216일 재위 기간의 기록을 깨는 것으로 영국 역사상 최장수 통치자로서 영국민들에게 변함없는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으며 가장 인기 높은 군주로도 뽑혔습니다.  

여왕의 정신력은 특히 개인적인 시련을 겪을 때나 국가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더욱 돋보였으며 소시적 경력을 보아도 이미 검증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10대를 전쟁 와중에서 보낸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와 함께 해외로 피신하라는 권유를 물리치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공습을 받으며 런던을 떠나지 않고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시켰으며 스무 살이 된1945년에는 아버지를 설득하여 영국 여자 국방군에 자원 입대하였습니다. 군번 230873의 엘리자베스 윈저 소위는 보급, 탄약 관리, 군용 트럭 운전사로 복무하였습니다. 궁전에서 자란 공주가 흙바닥에 앉아 타이어를 갈고 본네트를 열어 트럭 수리를 하던 장면이라든지, 먼 길을 달려가 천신만고 끝에 병사들에게 직접 물자를 배달하던 모습은 전쟁 와중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애국심과 단결의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왕위 계승자였음에도 다른 병사들과 똑같이 훈련을 받고 군 복무를 수행한 유일한 여성 왕족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진정한 왕후장상의 품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주의 직위는 스트레스가 대단히 많은 직업인데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합니다. 80-90대의 많은 노인들이 알츠하이머 등의 치매로 인격이 파괴되고 수많은 퇴행성 질환에 시달려 제대로 운신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할 때90세 여왕의 일상은 일반 사람들로서 감당하기 힘든 달력이 꽉 찬 스케쥴을 소화해내고 있다고 하는데 여왕은 지난 60년 이상 규칙적이고 절도 있는 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여왕이 안되었다면 시골에서 말 타고 개들을 키우면서 살았을 것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 타는 것을 즐기며 본성이 원래 용감하고 활달한 인물로 보입니다. 

여왕은 12살,  중학생의 나이가 된 시점부터 점심, 저녁으로 이제까지 적어도 57000회의 정찬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부러워할 대상이 아니라 직업병으로 뚱뚱해지고 영양 부조화, 질병에 걸리기 좋은 조건입니다. 예전부터 동서양 군주들의 전기를 읽어보면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성인병에 걸려 오랫동안 고생하거나 요절하는 많은 케이스들을 볼 수 있고 벽에 걸려있는 초상화에서 그들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여왕은 90세로 보이지 않을 만큼 정정하고 적어도 지난 10여년간 별 다른 노화의 징후나 퇴행성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 여왕은 식이 면에서도 굉장한 절제력을 실천한다고 합니다.  

여왕은 국빈 만찬을 비롯한 각종 손님 접대에 굉장한 공을 들이고 만찬에 어울리는 격조 높은 메뉴 선정과 재료 선택에 직접 세세하게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만찬은 외부 용이고 막상 본인은 미식가나 식도락가와는 거리가 멀고 소식을 실천하며 음식 낭비를 질색한다고 합니다. 여왕은 맵고 향신료가 강한 음식을 먹지 않고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양파나 마늘을 전혀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왕실 소유 농장에서 난 사슴고기, 닭고기를 담백하게 그릴에 구워 먹고 생선 중에서는 가자미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며 이들을 적어도 2가지의 제철 야채와 함께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디저트로는 과일로 만든 젤리와 약간의 초콜렛을 즐기며 와인은 즐기지 않는 대신 식전 와인 Dubonnet 과 gin 을 2:1로 혼합한 칵테일을 한잔 하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전직 버킹검 궁 요리사의 증언에 의하면 여왕은 파스타나 빵과 같은 전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며 탄수화물 비율이 상당히 낮은 식이 (low carbohydrate)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점이 여왕의 안티 에이징 비법 중의 하나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